고물상에서 고물상에서 김기덕 하루 한번은 찾아가는 고물상 그곳에는 늘 할머니분들이 폐지와 헌 옷 이웃에서 준 쇠붙이를 들고 오신다. 한때 잘나가셨던 할머니 남편 죽고 자식마저 사업실패 하자 온 동내 다니며 고물이랑 고물은 다 주어 오신다. 대나무처럼 바싹 마른 몸으로 가끔 오는 손주 용.. 글 방 2013.10.23
팬티 팬티 김기덕 카메라 목에 걸고 골목길을 누비다 보면 바람에 팔랑거리는 팬티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가을하고 잘 어울리지 않는 장미꽃 무늬의 팬티가 바람에 날린다. 나 어릴 적엔 엄니가 밀가루 포대로 팬티를 만들어 주셨지 밀가루 회사 상호가 적혀 있는 팬티를 입고 여름.. 글 방 2013.10.23
두서없는 글 두서없는 글 김기덕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승에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간다. 내가 부여받은 이승의 시간은 몇 시간이나 될까? 땅은 내가 뛰어다니든 구덩이를 파든 침을 뱉든 아무 상과도 하지 않는다. 물도 내가 마시든 목욕을 하든 세탁을 하든 오물을 버리든 상관 하지 않는.. 글 방 2013.10.22
옷 옷 김기덕 담배냄새 술 냄새 방귀 냄새나는 옷을 오늘도 또 입고 나간다. 김치국물 커피 얼룩 빗물에 기계 기름까지 묻은 옷을 오늘도 또 입고 나간다. 속옷과 와이셔츠는 이틀 만에 갈아입는데 바지와 점퍼는 일주일은 입는다. 십 년 동안 한 번 도 옷을 다려 입은 적도 없다. 다른 사람들.. 글 방 2013.10.19
무제 무제 김기덕 시장에 맛있게 생긴 대봉 감이 나와 있어 한 상자 사서 아버지께로 달려갔다 가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지난봄에 돌아가셨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2013년 10월 16일 11시에 글 방 2013.10.16
천마산에서 천마산에서 김기덕 천마산에도 가을이 찾아드니 길섶마다 쑥부쟁이가 소담하게 피었다 흰 구름 드리운 언덕에 앉아 쑥부쟁이 꽃향기 맡으며 내 나이에 가을을 하나 더 더하것이 못내 아쉬워 빈 하늘만 쳐다보았네 2013년 10월16일 오후 6시에 글 방 2013.10.16
쑥부쟁이 쑥부쟁이 김기덕 호젓한 산길 길섶에 소담하게 피어 있는 쑥부쟁이 나를 향해 손짓하는 쑥부쟁이 나는 다가가 올해도 예쁘게 꽃피워 주어서 고맙다고 찾아주어서 고맙다고 반겨주어서 고맙다고 우린 서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네 2013년 10월16일 오후4시에 글 방 2013.10.16
무제 스칠 인연 김기덕 어제저녁에 생판 모르는 사람을 소개받아 커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헤어졌어요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지만 난 별로 내치지 않아서 연락하지 않을 거예요 몇 번 더 만나 보라고 강요하지 말아요 그럴 생각 아예 없으니 그 사람은 그냥 스칠 인연이.. 글 방 2013.10.11
비오는 날 쏟아지는 빗줄기에 내 눈물 흘려보내고 희뿌연 안개 속으로 내 그리움 실어 보내고 세찬 바람에는 내 괴로움 날려 보내보지만 자유로워지지 않는다. 2013년 10월 8일 저녁 11시 글 방 201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