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방

점심시간에

삼홍김기덕 2013. 7. 17. 16:31
   점심시간
 김기덕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식당에서 삼겹살 굽는 냄새가
폴폴 풍겨옵니다.
사람들은 일하다 말고 삼겹살 냄새에
침을 꼴깍 삼키며 입맛을 다집니다.
오전 내내 보이지 않던 야홍이도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식당 앞을 어슬렁거립니다.
점심 먹고 나니 오수가 몰려옵니다.
바람 잘 통하는 창가 그늘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어
나는 시끄러운 압축기 돌아가는
창가에서나마 오수를 달래봅니다.
시원한 계곡에 앉아 수박 하나 베어 물고
있는 꿈을 꾸면 오늘 점심시간도 이렇게
한가로이 보내고 있습니다.
2013년 7월17일 오후4시30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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