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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지롱

삼홍김기덕 2013. 7. 17. 11:01
 속았지롱
         김기덕
이거 국산인가요 아니 전 잘 모르는데요
모르다니요. 파는 사람이 모르면 누가 아나요
국산 맞을걸요
그래요 그럼 국산 말고 중국산 주세요.
아니 이 양반이 속고만 살았나
속고만 살았시유
설마 했는데
속았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비온다고 해서 우산 가져갔는데
해가 쨍쨍 나면 기분 좋습니다.
하지만 비 안 온다고 했는데
비 오면 기분 잡칩니다.
속아도 기분 좋을 때가 간혹 있지만
속으면 기분 더럽게 나쁠 때가 있습니다.
투수의 유인구에 속아
헛스윙할 때가 있듯이
그 사람 눈빛에 속아 잘못 들이대면
변태가 될 수 있고
눈치 없다고 타박 맞을 수도 있습니다.
속았지롱~ 싸게 샀다고 좋아했더니 알고 보니 짝퉁
속았지롱~ 싸게 샀다고 좋아했더니 알고 보니 중국산
속았지롱~ 싸게 샀다고 좋아했더니 알고 보니 불량주택
속았지롱~ 싸게 샀다고 좋아했더니 알고 보니 킬로 수 조작한 중고차
속았지롱~ 학원비 달라고 돈 주었더니 알고 보니 가짜 영수증
속았지롱~ 관절에 좋다는 약이라 비싼돈 주고 샀더니 알고 보니 건강식품
국가도~속이고
기업도~속이고
학교도~속이고
학원도~속이고
보험회사도 속이고
카드회사도 속이고
국회 의원도 속이고
대통령도 국민 속이네
속이자고 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
학벌도 속이고
학위도 속이고
신분도 속이고
수량도 속이고
그람도 속이고
먹는 것도 속이고
입는 것도 속이고
공짜로 준다는 거
싸게 준다는 거
밑지고 판다는 거
불량 부품으로 교체하고 주머니 두둑 해졌슈
진짜를 가짜라고 매도 하는 인간
가짜를 진짜라고 매도 하는 인간
남의 염장 지르더니
이제 얼굴까지 고쳤나
그래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일세
어느 분이 웃자고 올린 글을
낚였다고 죽자고 따지던데
이 인간 남 속이던 인간이 아닐는지
2013년 7월 17일 오전11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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