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방

뭐하다가

삼홍김기덕 2013. 7. 4. 12:21
       뭐하다가
         김기덕
엄마는 아버지 눈치를 보다가 뭐하다가 이제 오느냐고 합니다.
그럼 아버지는 왔으면 되었다 빨리 가자고 합니다.
가기 싫을 걸 억지로 가면 뭐하다가 라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옵니다.
뭐하는데 빨리 오지 않고 라고 하면 나오는데 배가 아파서
응가 하고 있다는 거짓말 핑계가 따라갑니다.
빨리 빨리만 좋아하다 보니 뭐하다가 라는 말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뭐하다가~~늦게 왔을 때
뭐하니~~ 공부 안 하고 딴짓할 때
뭐 때문에~~ 누구와 싸웠을 때
뭐 하려고~~필요 없는 거 할 때
뭐라 카노~~ 상대 말이 화나 났을 때
뭐라 했나~~ 상대가 하는 말을 잘못 알아듣거나 기분 나쁠 때
여러분은 하루에 뭐하니 뭐하노 뭐해라는 말을 몇 번 사용 하나요
아침이면
뭐하노 몇 신데 안 일어나고
뭐하노 세수 안 하고
뭐하노 가방 안 챙기고
뭐 하니 언능 와서 밥 안 먹고
뭐하노 학교 안 가고
뭐하노 아직 옷도 안 입었어
뭐하노 학원 안 가고
뭐하노 숙제 안 하고
뭐하노 안자고
아이에게 엄마는 온종일 뭐하노 가 잔소리가 되었습니다.
뭐하노 는 관심이 아닙니다.
뭐하노 는 재촉입니다.
뭐하노 취직 안 하고
뭐하노 시집 장가 안 가고
뭐하노 뭐하노 뭐하노
주말에 뭐하세요 하면
등산 낚시 산책 영화감상 그냥 방콕
연인이 물어 오면 데이트 가자고 하는 말인데
당신 뭐했는데 돈도 좀 안 벌어 놓고
뭐하노 는 화나기 전 단계라는 것을 암시하는 단어입니다.
제가 보고 싶을 때 기덕이 요즘 뭐 하는지 소식이 없지 하지 말고 전화 주세요
저 안 보고 싶었어요 라고 하면서
비가 옵니다.
오늘 점심을 뭐로 할까 생각 하는데
뭐 하는 거야 일 안 하고 잔소리 가 들러 옵니다.
직장에서는 뭐하노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눈치를 봐야 합니다. 눈치밥 먹기 전에
그래서 다음에는 눈치라는 글을 써보고 싶어요
오늘 저녁에는 당신 뭐하는데
당신 좋아하는 반찬 만들고 있어
그래
어디 보자 맛있겠다. 그 치
아~
쩝 쩝 쩝쩝 
뭐로 만들었어
맛이 죽이는데
여보 뭐해 빨리 안 오고
뭐야 그새 자는 거야
2013년 7월 4일 12시 15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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