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방

잠갔어

삼홍김기덕 2013. 7. 3. 17:35

           잠갔어


            김기덕


아파트 입구에 경비실에서 알립니다.라는 안내장을 읽어 보았더니
요즘 아파트에 좀 도둑이 많아서 도둑맞은 집이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고 자동차 문단속도 두 번씩 하고 자동차 창문을 올리지 않은
차도 있다는 글이었습니다.

나이 들어서 그런지 저도 가끔 자동차 문단속도 하지 않을 때도 있고
출근하면서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출근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이중삼중 잠그고 잠가도 누군가 도씨가
눈독을 들이면 열리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릴 적에는 잠그지 않고 살았는데
내 주위에 잠가야 할 것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아이는 내가 알면 안 되는 것이 얼마나 있는지
휴대폰도 잠겨 있습니다.

아무리 잠그고 잠가도 세월은 가고 옵니다.

열쇠 없이 잠그는 것이--압류입니다.
열쇠 없이 잠그는 것이--비번입니다.
열쇠 없이 잠그는 것이--주문입니다.
열쇠 없이 잠그는 것이--지문입니다.

열쇠 없이 여는 것이--돈입니다.
열쇠 없이 여는 것이--비번입니다.
열쇠 없이 여는 것이--주문입니다.
열쇠 없이 여는 것이--지문입니다.
열쇠 없이 여는 것이--카드입니다.
열쇠 없이 여는 것이--눈동자 인식도 있고

열쇠 없이 여는 도씨들이 넘쳐 난다고 합니다.
그중에 제일 겁나는 집단이 권력입니다.
불리할 땐 잠그고 유리할 땐 여는 권력 말입니다.
전 대통령 비자금은 뭘로 잠잤는지 열지 못하고
노 대통령 엔엘엘 발언은 쉽게도 여네


아무리 잠그고 잠가도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잠글 수 없습니다.
잠그지 않고 닫아만 두어도 탈 나지 않는 세상 어디 없나요

어둠이 석양 노을과 함께 묻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나도 하루에 문을 닫고 잠들어야 하나. 봅니다,
나의 삶은 잠가야 하나 봅니다. 그래야 맘이 놓이나 봅니다,

 

현관문을 잠그고 방문을 잠그고 창문을 잠그고. 그리고 나는 잠이 듭니다.
열어두어도 아무 탈 없는 세상을 향해 나는 꿈을 꿉니다.

 

2013년 7월 3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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