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방

감기

삼홍김기덕 2018. 1. 26. 19:32
                             감기 // 김기덕
콧물과 기침이 내의지와 상관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질주한다
난로 하나 없는 공장에 유일한
온기는 남쪽 창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 한 줌 그것도
내 차지는 아니다 
거기다 찬기 갓 면한 
점심 국수 한 그릇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든다
산다는 것이 산다는 것이
오늘따라 참말로 힘든다
한 발만 내디디면 되는 것을
그 한발 내딛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2018년 1월 26일 점심시간에


My Melancholy - Vadim Kisel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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