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가 는골 내 고향 가는 골 // 김기덕 진달래 곱게 피는 계곡에 물소리도 정겨운 내 고향 가는 골 고향의 친구들의 얘기 소리 귓가에 들리는 듯 초가집 담장 위에 박꽃이 올해도 피겠지 세월 따라 변하는 게 도심의 풍경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 고향은 한결같아 언제나 찾아가도 낯 설지가 않아라 20.. 글 방 2018.02.13
감기 감기 // 김기덕 콧물과 기침이 내의지와 상관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질주한다 난로 하나 없는 공장에 유일한 온기는 남쪽 창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 한 줌 그것도 내 차지는 아니다 거기다 찬기 갓 면한 점심 국수 한 그릇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든다 산다는 것이 산다는 것이 오늘.. 글 방 2018.01.26
무제 무제 // 김기덕 저 하늘이 청명한 것은 황사 먼지 없어서 그렇지 내 마음이 심란한 것은 번뇌 망상 때문 일터 달빛은 강물을 꿰뚫어도 파동도 안 생기는데 님 떠난 내 가슴엔 그리움이 폭포처럼 떨어진다 우는 아이 사탕 주면 그치듯이 누가 내 맘 좀 달래주오 2018년 1월 21일 새벽에 글 방 2018.01.21
방심은 근물 방심은 근물 // 김기덕 맘이 한창때라 생각되었는지 높은데 올라가서 물건 내리다가 떨어져 오른쪽 손목에 살이 올랐네요 다친 손으로 10시간 동안 일을 했더니 퇴근길 자동차 차키를 돌리수가 없더군요 시동도 왼손으로 안전띠도 왼손으로 오늘 병원에서 깁스하라는 걸 월요일 일 때문.. 글 방 2017.12.23
무제 무제 // 김기덕 소나무 그리고 오리나무가 촘촘한 산길을 걸으며 초겨울 정취를 느낀다 차창밖 풍경처럼 스치고 지나간 한해의 잔해들이 길섶 가듯 자리하고 있다 시시비비 희로애락도 다 잊은 채 2017년 12월 3일 저녁에 글 방 2017.12.03
하심 下心 // 김기덕 나무들이 일제히 겨울채비를 한다 여름에는 벌레 먹은 잎들도 버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성한 잎들도 모두 내어주어야 한다 왜 아쉬움이 남지 않겠는가 눈물 나는 일일 것이다 들고 있는 것이 많으면 팔이 아프고 지고 있는 것이 많으면 어깨가 무겁다 노을 때 노을 줄 아는 .. 글 방 2017.11.24
가을의 단상 가을의 단상 // 김기덕 겨울을 재촉하는 비바람에 많이 수척 해진 거리에 은행나무 잔해들이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져간다 신호위반 중앙선을 넘나들며 도로 위 무법자가 되어 아우성 처 보지만 미화원 비질 앞에는 한 줌 쓰레기에 불과하다 화려함도 때가 되면 천덕 꾸러기가 된다는 것.. 글 방 2017.11.18
가을 농사 가을 농사 // 김기덕 겹겹으로 두른 산 가을빛 찾아드니 새소리 물소리도 여물어 가는구나 산중에 가을이 짧으니 부지런을 떨어야 올 겨울 배 곯 걱정 덜 것인데 혼자 입에 남으면 노나 먹고 모자라면 얻어먹지 걱정은 무슨 사서 하노 2017년 9월 25일 밤중에 글 방 2017.09.25
응무소주 이생기심 應無所住而生其心 // 김기덕 산중에 거하니 찾는 이 없는데 번뇌 망상은 뉘 있어 찾아드나 한 생각 무심하면 도인이요 한 생각 분별하면 중생인 것을 2017년 9월 25일 밤중에 글 방 2017.09.25
바램 저기 저 구름처럼 세상을 내려다보면 좋으려나 저기 저 강물처럼 세상을 향해 흘러가면 좋으려나 저기 저 바람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으면 좋으려나 비 오는 날 보다 맑은 날이 많듯이 우는 날 보다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2017년 5월 20일 저녁에 글 방 2017.07.04